◈ 4연(四緣; 4 pratyaya)의 개요槪要 ◈
[THE FOUR CONDITIONS FOR THE MANIFESTATION OF ALL PHENOMENA]
정신적인 개념이든 물질적 사물이든 일체의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네 가지 부류의 조건(Condition)으로 개념화 한다. 소위 연(緣)에는 네 가지 연(緣)이 있다.
인연(因緣), 소연연(所緣緣), 등무간연(等無間緣) or 차제연(次第緣), 증상연(增上緣)이다.
► 연(緣)은 직접적인 원인으로서의 인(因)과 구별해서, 간접적이고 보조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때 연(緣)이라고 한다.
▪ 그런가 하면, 연(緣)과 인(因)을 합쳐서 인(因)이라 하기도 하고, 연(緣)이라 하기도 한다.
▪ 이와 같이 연(緣)은 여러 경우에 쓰이기는 하나, 대개 인연(因緣)과 같은 말로서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적인 원인을 총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 4연(四緣)은 물(物). 심(心)의 모든 유위법(有爲法)인 온갖 현상이 생기는 것에 대해 네 가지 경우로 분류하여 부르고 있다.
▪ 4세기경 바수반두(세친世親)의 논서인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abhidharmakosa)에 실려 있는 4연(四緣)에 대해서
▪ 구마라습은 인연(因緣), 연연(緣緣), 차제연(次第緣), 증상연(增上緣)으로 번역했고,
▪ 현장은 인연(因緣), 소연연(所緣緣), 등무간연(等無間緣), 증상연(增上緣)으로
구분하여 번역했다.
► 4연(四緣)은 마음작용의 인연(因緣)관계를 「오직 마음 뿐」인 유식(唯識)수행 관점에서 요해(了解)해 본다.
1) 인연(因緣hetu-pratyaya); The cause as condition :
인(因)은 생기(生起)하게 하는 것을 말하며, 연(緣)은 오랜 기간 성장 시킬 수 있음을 말한다. 즉 인(因)이 존재자(법)의 생기(생성)에 관계되는 원인이라고 한다면, 연(緣)은 존재자의 유지와 존속에 관계되는 원인이므로 인연(因緣)은 인(因)과 연(緣)의 합성어이다.
ㆍ나무의 예를 들어보면, 나무가 생긴 근본적인 원인은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씨앗이 성장하여 나무가 된다. 그래서 나무의 씨앗은 인(因)이고, 그 씨앗이 나무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물과 햇빛, 흙, 공기와 같은 것은 외부의 조건으로서 이것이 연(緣)이다.
ㆍ그러니 인(因,hutu)이 결과를 만들기 위한 직접적이고 내재적인 원인이라면, 연(緣,pratyaya)은 인을 도와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간접적이고 외적인(즉, 외부조건이나 상황들) 원인이다.
ㆍ그래서 인(因)과 연(緣)이 화합해서 생멸(生滅)을 되풀이 한다는 것이다. 삼라만상 모든 유위법(有爲法)의 현상은 원인이 되는 인(因)과 그것을 협조하는 연(緣)의 화합에 의해 결과가 생겨나며, 항상 변화하고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ㆍ인(因)은 존재자(存在者)가 본래 갖추고 있는 속성이기 때문에 바뀔 수가 없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죽을 때까지 인간일 수 밖에 없는 것과 같다. 그러나 연(緣)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니 나의 노력에 의해서 나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 어렸을 때 갓 태어난 나는 지금의 나의 직접적인 인(因)이라고 할 수 있고, 자라면서 나의 뒷바라지를 해 준 부모, 나를 가르쳐준 스승, 나의 친구 및 내가 성장하는데 영향을 미친 모든 것이 지금의 나 대한 연(緣)이다.
ㆍ인간에게 본래 내재하는 그와 같은 속성을 인(因)중에서도 내인(內因)이라 하고, 또한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났다 해도 열심히 노력해서 삶의 환경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니 이런 변화 가능한 외적 환경인 연(緣)을 외인(外因)이라고도 한다.
ㆍ외인(外因)은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니 수행을 통해서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이 외인(外因)인 연(緣)이다.
ㆍ인연(因緣)에 의해서 생기(生起)하는 것은 인연성(因緣性), 연생(緣生), 연기(緣起)라고 한다. 연기(緣起)란 인연(因緣)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며, 인(因)과 연(緣)의 화합에 따라서 생기(生起)했던 것은 인연(因緣)이 없어지면 소멸된다는 것이 부처님이 체득한 인연법(因緣法)이다.
ㆍ이 인연법(因緣法)에 의해서 생기는 일체의 존재(一切萬法)는 가합(假合)이기 때문에 공(空)이다.
※ 인연(因緣)을 요약하면
☞ 인식주체인 자신의 아뢰야식(저장식貯藏識)에 내재되어 있는 인(因) 또는 종자(種子)를 이끌어 내서 인식하게 하는 지향성(志向性)이다.
☞ 대상(對象,object,객체)에 대하여 자신이 겪었던 데로 선입견을 갖게 되므로 원인(原因)과 인식의 결과(因果)를 윤회하게 하는 의식작용의 원동력이 된다.
☞ 선수행으로 이 원인을 지향하는 작용을 끊어 버림으로서 허구적으로 조작된 그릇된 지각과 인식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게 되면 항상 현존하는 사물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식하게 된다.
2) 등무간연(等無間緣samanantara-pratyaya; The condition of immediate continuity), 또는 차제연(次第緣; The similar and immediately antecedent condition) :
서로서로 일어나게 하는 원인이다. 바로 앞에 이어지는 연속적인 인연관계이다.
ㆍ찰나생멸(刹那生滅)* 이치에 의하면, 앞선 순간의 심적 활용은 그 다음 순간의 심적 활동이 일어나는 원인이 된다고 하며 이런 현상을 등무간연(等無間緣)이라고 한다. 등무간연(等無間緣)은 마음의 활동, 즉 이미 발생한 결과가 곧 바로 다음 순간의 결과를 낳도록 돕는 연(緣)이 되는 것을 말한다. 연속하는 마음의 활동에서 뒤의 생각은 앞의 생각을 계승하는 동시에 그 자신도 원인 되어 다음 생각을 일으키는데, 이 경우에 원인이 되는 것을 등무간연(等無間緣)이라 하고, 그 결과는 증상과(增上果)**가 된다.
* 찰나생멸(刹那生滅): 지극히 짧은 순간인 찰나에도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생겨나면서 무한의 시간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결국 그 어디에도 고정 불변의 ‘나’는 없다는 무상(無常)을 말하므로 찰나무상(刹那無常)이라고도 한다.
** 증상과(增上果): 어떤 유위법(有爲法; 물심物心의 온갖 현상)이 생길 때에 자기 이외의 다른 일체의 직접, 간접적인 영향을 통틀어 증산연(增上緣)) 혹은 능작인(能作因)이라 하고, 그 결과를 증상과(增上果)라 한다.
ㆍ마음은 부단히 흐르는 상속(相續)적 흐름이다. 따라서 현 찰나의 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한 찰나 전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체 현상계는 무상(無常)한 것이기 때문에 마음을 포함한 모든 현상은 한 찰나 한 찰나 생성 소멸되는 찰나적 존재현상(存在現象)이다.
ㆍ따라서 어떤 현상이든 찰나에 생성되기 위해서는 전 찰나의 현상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모든 현상은 흐름이다’ 라고 말 할 수 있다. 마음의 경우도 마음이 부단한 흐름인 바, 바로 직전 찰나의 마음이 원인이 되어서 그 결과로 현 찰나의 마음이 생기는데, 직전 찰나의 마음과 현 찰나의 마음이 시간적으로 붙어 있어서 간격이 없고(無間) 또 우리가 일상에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가지 마음이 꼬리를 물고 찰나적으로 이어지면서 그 속성이 거의 비슷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 차제연(次第緣) 또는 등무간연(等無間緣)을 요약하면
☞ 한 생각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면서 시간적으로 계속해서 다음 생각을 연이어 일어나게 하는 지향성(志向性)이다.
☞ 생사고(生死苦)나 생사윤회(生死輪廻)가 거듭되는 주범이기도 하다. 여기서 생(生)은 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 생(生)이고 그 생각이 사라지는 것이 사(死)이다. 그러나 선수행으로 이 생각 저 생각이 일어나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이를 일러 생사해탈(生死解脫)이라고 한다.
☞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나에게 몹쓸 짓을 헀지만 그때는 참아버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다음에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또 그런 나뿐 짓을 하는 것을 보고 「저놈 나뿐 놈이네, 상습적으로 나뿐 짓을 하는 구만..」 하는 생각이 일어나고 연이어 「그냥 놔두면 안되겠어..」 하는 판단에 이르게 되어 곧바로 어떻게 혼내줄까 하는 생각이 일어나며, 사람에 따라서 법적으로 처리하거나, 주먹질이 나오거나, 심하게는 분노에 못 이겨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는 것과 같이 시간적으로 연속해서 다음 생각이 일어나는 지향성을 보이는 것을 차제연 또는 등무간연이라고 한다.
☞ 수행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차제연으로 인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개념은 선수행을 통해 시간관념이 사라진 「절대적 현재」로 존재하게 한다는 점이다.
3) 소연연(所緣緣alambana-pratyaya); The object as condition :
인식대상에 필요한 조건(緣)이다. 마음이 의지하는 모든 경계(境界)로서 연연(緣緣)이라고도 한다. 즉 심적 활동이 일어나게 하는 모든 인식대상을 가르킨다.
ㆍ소연연(所緣緣)은 바깥세상을 자기의 인식주관으로 끌어들여 인식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인식주관의 의지작용이라 할 수 있다.
ㆍ소연(所緣바깥 조건)이 원인이 되어 마음이나 마음작용이라는 결과가 생길 때 마음이나 마음작용의 대상을 소연연(所緣緣)이라 하고, 마음이나 마음작용 그 자체를 증상과(增上果)라고 한다.
ㆍ마음이 생기기 위해서는 색깔, 소리, 냄새, 맛, 접촉 등의 감각대상이나 개념, 관념, 이념, 사상과 같은 사유대상이 있어야 한다. 이런 대상이 없이는 마음이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식대상들을 소연연(所緣緣)이라 불러 마음의 생성원인 중 하나로 분류한다. 그러니 유식학적으로는 육식(六識)의 대상이 되는 육경(六境)이 소연연(所緣緣)이라 할 수 있다.
ㆍ이와 같이 소연연(所緣緣)이란 마음이 뭔가 인식하게 하는 인식대상, 혹은 무엇이 일어날 때의 객관적인 조건을 가르킨다.
ㆍ예를 들면, 벽에 걸린 달력에 그려진 한 장의 그림을 보고 매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면, 이 때 고향을 떠올리게 한 마음작용의 원인이 된 달력의 그림이 바로 소연연(所緣緣)이다.
※ 소연연(所緣緣)을 요약하면
☞ 인식주체 밖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대상만을 자기에게로 끌어와서 인식이 가능하게 하는 지향성이다.
☞ 이렇게 인식주체에 의해 지향되어 드러난 외부의 객관세계를 소연경(所緣境)이라고 한다.
4) 증상연(增上緣adhipati-pratyaya); The condition for development :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3) 연(緣) 이외의 모든 간접적인 원인들을 증상연(增上緣)이라 한다. 즉 일체만법의 존재들이 증상연이며 선이나 불선의 힘이 되어서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를 말한다.
ㆍ연(緣)을 인연(因緣)과 증상연(增上緣) 두 가지로 구분해서, 어떤 특정현상이 존속하게끔 하는 직접적인 것을 인연(因緣)이라 하고, 어떤 특정현상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연(緣)을 증상연(增上緣)이라고 한다.
ㆍ예컨데 눈이 말짱하고 정신도 정상적으로 제 기능을 다하고 있으며, 시각대상이 눈앞에 있다 하더라도, 햇빛이 없으면 시각이 생길 수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에 햇빛이 있는 것은 시각이 생기기 위한 보조적 원인이 된다. 이러한 보조적 원인을 통틀어 증상연(增上緣)이라고 불러 마음의 생성원인 중 하나로 추가 분류한 것이다. 따라서 우주만물이 총체적으로 증상연(增上緣)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ㆍ증상(增上)이란 무언가에 영향을 주는 힘을 뜻한다. 우리가 기억한 일들이 모두 동일한 힘으로 인상을 남기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강력한 기억으로 남고, 어떤 것은 약한 기억으로 남는다. 이와 같이 어떤 사건이 도출되는데 있어서 적극적으로 영향(도움)을 주는 원인은 유력증상연(有力增上緣)이라 하고, 그 사건의 존재를 방해하지는 않으면서 소극적으로 영향을 주는 원인은 무력증상연(無力增上緣)이라고 한다.
ㆍ증상연(增上緣)은 결과의 생기(生起)에 힘을 부여할 뿐 아니라, 이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증상연으로 부른다는 의미에서 모든 존재는 그 자체 이외의 모든 사물에 대해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육근(六根)과 육경(六境) 곧 십이처(十二處) 모두가 증상연(增上緣)이라 할 수 있고, 모든 존재는 어느 하나의 존재에 대해 증상연(增上緣)이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증상연(增上緣)은 존재의 원인이 매우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불교 특유의 개념이다.
※ 증상연(增上緣)을 요약하면
☞ 연연(緣緣)에 의해 오근(五根;안이비설신)에 받아들여진 대상에 대한 정보를 다시 의식(意識)이 분석하고 분별하는 반성적 지향성(反省的 志向性)이다.
☞ 희론에 의해 언어적 개념을 창출하여 대상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일으키게 한다. 예를 들어, 「예쁘다」는 개념에서 「밉다」는 개념을 만들고, 「덧셈을 열 번 하는 것」에서 「열을 곱한다」는 개념을 창출해 내는 것과 같다.
☞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외부의 차별적 표상들이 의식의 분별적 사유과정을 거치면서 대상을 희론하게 되어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직관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수행으로 이러한 의식의 반성적 지향성을 끊어야만 의식에 의해서 조작된 비 실재적인 표상을 제거할 수 있으며 존재하는 모든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순수직관 할 수 있다.
☞ 연기(緣起)로 형성된 오온(五蘊), 십이처(十二處), 십팔계(十八界)라는 모든 정신작용 또는 마음작용을 끊어 버리는(집착하지 않는) 것이 선수행(禪修行)의 일환이다.
.終.
첨부파일 참고 바랍니다.
심월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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